한국 최초의 소극장인 ‘원각사(圓覺社)’는 1958년 12월 22일에 개관하였다. 당시 공보실에서 정부수립10주년기념으로 추진하던 사업 중 하나가 외국 인사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소극장 건립사업이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원각사 소극장이다. 을지로입구(당시 을지로2가 4번지)에 자리했던 이 소극장은 헌병사령부 사용 건물을 개조한 2층 건물로 약 306석(1층 217석, 2층 89석)의 아담한 극장이었다. 1908년 이인직(李人稙)이 새문안로에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국립극장이 ‘원각사(圓覺社)’ 극장이었는데 그 명칭을 빌려 국립극장의 정통성을 잇고자 한 것이다. 수려한 단청의 한국식 대문을 시작으로 한국적 정서의 무대 장식과 한국화가의 벽화 작품이 외국 인사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 설립의 본래 취지와 맞물린다.
곱게 단청을 한 순한국식대문을 들어서면 극장내의 넓은 무대면도 옛 한국식으로 오색이 화려하여 들어서는 외국인마다 “완더풀~”의 감탄사를 발하였으며 약 2시간에 걸친 국악과 옛 궁중무용에 외국인 귀빈들은 연이은 갈채를 보내는 것 이었다
｢동아일보｣ 1958.12.23.
커다란 한식대문이 특색이며 극장내부도 한국적 정서를 풍겨 주요 벽면의 벽화는 김은호·고희동·이상범·허백련·변관식·김기창·이응노·박노수 등 제씨의 동양화로 장식되었다
｢경향신문｣ 1959.01.18.
기사에 언급된 한국식 대문이 이번 소개하는 자료에 담겨있는데, 사진 속 자료는 ‘원각사(圓覺社)의 한식대문 공사 평면도 및 입면도’이다. 1/50축척으로 원각사 대문의 평면도와 입면도, 천정 및 보 평면도 등이 그려진 도면으로 우측 하단에 ‘원각사 한식 대문 단청칠 공사’라는 건명과 도명이 기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한식대문 신축공사 단면 상세도’ 또한 확인할 수 있는데 원각사 대문의 구조, 치수 등이 단면의 형태로 그려진 도면이다. 이 도면의 원각사 대문과 원각사 전반의 모습은 신문기사 외에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의 <문화영화로 보는 대한민국>에서 ‘원각사 개관 예술제’(1959, 공보실 선전국 영화과 생산)라는 흑백영상을 소개하고 있는데 원각사 한식대문의 모습과 원각사 내부 모습, 공연 장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1958년 12월 22일부터 이듬해 1월 10일까지 약 20일간 개최된 개관기념예술제는 국악·창극·민요·고전무용·연극·교향악·관현악·합창·독창·독주 등 우리나라 고래(古來)의 예술들을 소개하였는데 20일간 6천여 명이 관람할 정도로 흥행하였다. 국악극 중심의 본래 취지에서 확장하여 현대극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원각사는 소극장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10여 개의 소극장단체가 생기는 등 연극계에 소생의 기운을 불어넣었으나, 약 2년 만인 1960년 12월 5일 화재로 전소하였다. 히터 과열로 인한 화재였는데 상오 11시 16분경 시작된 불은 건평400평의 2층 건물과 무대 세트 일체를 모두 태우고 한미합동소방대에 의해 정오 12시 10분경 진화되었다.
이후 원각사의 재건을 위해 전국무대예술협의기구, 대한민속예술원, 극작가협회, 국악예술학교, 전국공연단체연합회, 한국무용가협회 등 각 단체들의 진정서 발표와 예술인들 지속적인 목소리가 있었으나 여타 사정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 역할들은 국립극장, 정동예술극장, 국립국악원 등에 분할되어 이어지고 있다. 당시 공들여 건축한 원각사의 한식대문은 상태가 양호하여 국립국악원(종로구 운니동 시기)으로 이전되어 정문으로 활용되었다, 1961년 11월 21일 착공된 연주관 등 증축공사 시기에 이전된 것으로 보이며, 1962년 1월 6일 개관기념연주회에서 새 단청을 입은 대문을 확인할 수 있다. 최초의 국립소극장인 원각사도, 그 이름의 본 주인인 최초의 국립극장 원각사(1914년 전소)도 모두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악원 이전 뒤 대문의 행방 또한 알 수 없지만 이와 같은 자료와 영상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고
뉴스라이브러리,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
국가기록원, 문화영화로 보는 대한민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