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장래가 모든 학생들의 두 어깨에 달려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말하는 바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을 위한 이렇다 할 잡지 하나이 없는 것이 또한 오늘의 기막힌 실정이다. 여기에 본사는 적지 않은 희생을 각오하며 본지를 간행하게 되었으니, 우리가 뜻하는 바는 중학생들을 위한 참된 교양과 올바른 취미의 앙양이다. …"
(『학원(學園)』 1952년 11월 창간호 '창간사' 일부)
1952년 11월, 6·25 전쟁 중 피란지 대구에서 학생들을 위한 월간 잡지 『학원(學園)』이 발간되었다. 편집 겸 발행인은 우리나라 1세대 출판인 김익달(金益達)로, 청소년이 곧 나라의 미래라는 신념은 그의 창간사에서 매우 잘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영화 등 오락과 교양을 충족시킬 대중매체가 마땅히 없던 시절에, 청소년들은 『학원』 잡지를 직접 구매했고, 폭발적인 독서열풍을 일으키면서 독자적인 청소년 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더불어 잡지는 다양한 문학 작품 소개와 독자 투고로 청소년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독자들의 투고 작품을 선별하여 실어주는 '학원 문단'과 경연 성격의 '학원 문학상'을 만들어 모든 학생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장(場)을 열어 놓음으로써 젊은 문학 지망생들을 발굴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고, 현재도 수많은 중견 문인들이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1953년 11월 1일에 발간한 『학원』 1953년 11월호로, 표지 2장과 본문 232쪽으로 구성된 창간 1주년 기념호이다.
본문은 창간 1주년 기념 축하를 위한 김익달의 기념사와 당시 문교부 장관 및 문총위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시, 수필, 소설, 만화, 음악·위생·공작·고전 분야의 학습강좌, 인물 소개 등 다양한 주제와 내용이 실려 있다. 김송의 소년소설 「환도(還都)」, 강소천의 동화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에서」, 박목월의 창간 1주년 기념 축시 「어디선지 샘이」, 윤석중의 이솝이야기 「두 나그네와 곰」, 미국 만화의 번역작품인 세계명작만화 「보물섬」 등의 작품과 더불어, 11월의 이순신 장군 기념일과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일에 맞춰 김용호의 「민족의 태양 이순신 장군」과 김사엽의 「상기하자! 그날의 피 – 광주학생사건의 전모」 글이 게재되어 있다.
또한 『학원』 잡지에는 다른 읽을거리와는 달리 큰 지면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큰 사랑을 받은 7대 연재 작품이 있다. 정비석의 역사소설 「홍길동전」(김용환 그림), 최인욱의 희망소설 「일곱 별 소년」(백낙종 그림), 춘해의 애국소설 「월계관」(月桂冠, 이순재 그림), 탐정소설 「검은별」(김내성 옮김/백문영 그림), 세계명작 「동·키호오테」(이원수 옮김/변종하 그림), 김용환의 풍운만화 「코주부 삼국지」, 김성환의 명랑만화 「꺼꾸리군 장다리군」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이 중에서 창간호부터 연재하며 큰 사랑을 받은 김용환의 「코주부 삼국지」는 2014년에 국가등록문화재 제605호로 등록되었고, 「꺼꾸리군 장다리군」은 김성환이 우리나라 최장수 연재만화 「고바우 영감」(등록문화재 제538-1호)을 1955년 동아일보에 연재하기 전에 제작한 작품이다.
참고문헌
김소원, 「한일 스토리 만화의 형성과 잡지의 역할 - 1950년대 『학원』과 『소년 클럽 (少年クラブ)』을 중심으로」, 『한국예술연구』 제39호, 2023.
김한식, 「학생 잡지 『학원』의 성격과 의의」, 『한국현대문학회 학술발표회자료집』 No.10, 2009.
장수경, 「1950년대 『학원』에 나타난 현실인식과 계몽의 이중성」, 『한민족문화연구』 제31집, 2009.
_______, 「『학원』의 문학사적 위상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0.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가등록문화재 20주년 특별전 「등록문화재, 광화문에서 보다」, 2021.
「[인물로 보는 대구문화 아카이브(39)] 김익달, 학생 잡지 '학원' 펴내...포성 속에도 희망 전파」, 『영남일보』, 2022년 10월 4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학원(學園)”,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60899 (검색일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