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소장품은 윷놀이할 때 사용하는 윷놀이 세트이다. 외국인을 위한 관광 기념품으로 보이는 이 윷놀이 세트는 미국인 데릭 가넬(Deric Garnell)이 2015년 박물관에 기증한 물건이다. 데릭 가넬은 1960년대 한국에서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 Volunteers)으로 활동했고, 2015년 미평화봉사단 출신의 단원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 프렌즈오브코리아(Friends of Korea)를 통해 윷놀이세트를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미국 평화봉사단은 미국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교육·농업·무역·기술의 향상과 위생상태를 개선할 목적으로 미국 청년들을 모집하여 세계 각국에 청년 봉사자들을 파견했던 단체이다. 한국에는 1967년 9월 16일에 첫 번째 평화봉사단이 파견되었으며, 1981년도까지 파견이 이루어졌다. 데릭 가넬은 한국에 평화봉사단원으로 머무는 동안 가정집에서 하숙생활을 했는데, 하숙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종종 윷놀이를 즐겼다고 할 만큼, 그 추억을 잊지 않았던 것 같다. 영어로 된 설명서가 들어있는 윷놀이 세트를 가지고 떠났으니 말이다. 아마 본인의 가족들과도 함께 즐기거나,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품으로 고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윷놀이 세트는 윷가락과 윷말, 윷판, 영문 설명서, 케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윷가락은 상면이 볼록하고, 바닥면은 편평하며 양끝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크기는 가로 17.8cm이며, 너비는 2.2cm이다. 윷가락의 윗면에는 ‘喜喜’ 한자가 쓰여 있으며, 그 아래로 쌍희자와 버드나무가 그려져 있다. 윷가락마다 광주리를 머리에 진 아낙네, 상모를 쓰고 춤을 추는 사내, 그네를 타는 여인, 옆모습이 보이는 선비가 그려져 있어, 알록달록한 한복의 모습과 놀이문화를 엿볼 수 있다.
윷말은 총 8점으로, 사람의 형상을 띄고 있다. 4점은 빨간색 모자를, 4점은 연두색 모자를 쓰고 있으며, 얼굴에는 마치 선글라스를 착용한 듯한 눈과 입이 표현되어 있다. 윷판은 하늘색 천에 29개의 윷밭이 그려져 있다. 또한 영문 설명서에는 윷놀이의 유래가 9세기 백제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이 있고, 윷가락으로 도, 개, 걸, 윷, 모를 표현한 그림이 함께 있다. 규칙을 자세히 살펴보면 걸은 ‘3-MOVE is called WALK or (GUL)···’, 개는 ‘2-MOVE is called DOG or (KAE)···’, 도는 ‘1-MOVE is called PIG or (TOH)···’라고 표현하여, 도는 돼지, 개는 개를 의미하며, 걸은 ‘길을 걷다’라는 뜻임을 알려주고 있다.
윷놀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놀이로서, 이전 농경사회에서는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날까지 즐겨 놀았다. 오늘날은 윷놀이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1960년대에는 남녀노소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즐겼던 놀이임을 알 수 있다.
* 참고문헌
미 평화봉사단 한국 활동 50년 기념특별전 도록, 『아름다운 여정, 영원한 우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16, p.123.
김선미, 「미국의 대한정책과 미국 평화봉사단: 재한 미국 평화봉사단(K1~K51)활동의 의미」, 『미국 평화봉사단 한국에서의 기억』,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16.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윷놀이” (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427794)
